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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요리와 식욕의 불균형..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오랫만에 요리란 걸 했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사놓기만 하도 쓰지 못한 요리재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차려먹어도 될 것을 한번 요리를 시작하고 이것 저것 욕심 내어 만들다 보니 나 혼자 먹을 양 보다 훨씬 많이 만들었다.

배 부르게 아침을 먹고 침대에 누워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10시.. 좁은 집 안은 음식 냄새로 진동했다.

다시 일어나 정신을 차려보니 집안의 음식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집에서 좀 더 쉬고 싶었지만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했다.

도서관에 앉았는데 심신이 피곤했다. 토요일이라고 아침에 잠도 한번 더 잤는데 육신의 편함과 정신의 편함은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켜 놓은 손전등의 건전지가 닳듯이 무엇가 항상 고민하고 신경써야 하는 나는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소모가 된다.

교수가 시킨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도서관에 없었다. 밤 늦게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기운이 나질 않았다.

피자를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집으로 왔다. 나에겐 아침에 해 놓은 음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먹는 저녁은 언제나 힘들다.

집에서 혼자 먹는 저녁은 배고파서 살기위해서 먹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의욕적으로 해 놓은 내 요리임에도 그 동기는 내가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혼자 먹는 저녁 식탁 앞에서 식욕의 충족에도 어떠한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녁을 먹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독거노인 밥을 먹었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 혼자서 피식 웃었다.

불쌍한 나의 청춘.. 이번 주말도 또 그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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