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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영화

국화꽃 향기 - 이정욱



사실 이 영화는 본지 오래되었다.
장진영씨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 후 얼마 안되어 봤으니..
이 여배우 눈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영화를 더 하지 못하고 절명한 것이 안타깝다.
 
이런류의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굳이 보게 된 건 세상을 떠난 장진영씨에 대한 일종의 추모라고 해야 할까?
 
애초에 이런 영화보면서 눈물을 짜내려는 이 영화의 의도에 빠지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면서 영화를 보았지만 박해일이 하는 사랑에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울었다는 것은 아니고 남자 주인공이 하는 사랑에 몰입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도 이런 지고지순 순애보 사랑을 했었나 돌아보게 해주는 그런 영화였다.
하긴.. 지금은 나도 이제 적당히 썩었으니 그런 사랑 할 수도 해서도 안될지 모른다.
어쩌면 이런 사랑을 하기에 용기가 없어진 것일 수도 있고..
 

나도 목숨을 걸고 인생에 단 한번 누군가 한사람을 위해 살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깨달은 건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고 영원한 사람도 없다는 것..

인생에 단 한번 누군가를 위해 살았던 것은 그 때로 충분하다고 스스로 마음을 닫게 된다.

사랑에 목숨까지 걸었던 그 순수함은 젊었던 그 때 그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고 이젠 그 순수함은 내게 남아 있지 않다.

그냥 인생에 그런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 한번 했던 것만으로 어쩌면 난 감사해야 하고 젊음을 헛살지 않았다고 위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댓가는 그런 사랑을 하고 나는 성숙해졌지만 나도 적당히 썩었고 순수함을 잃었다는 것..

쉽게 얘기하면 그런 사랑을 하고 순수를 주고 성숙을 얻은 일종의 거래를 했다고나 할까?

순수와 성숙은 어쩌면 애초에 양립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이 나이에 순수하다는 것은 어쩌면 어른이 어린이 옷을 입은 것처럼 안어울리는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순수함과 성숙함 중 어떤게 더 가치있는 가는 따질 수도 없는 문제이고..

 

어쨌든 그런 순수함을 되찾을 수도 없고 그런 무모한 순수함을 굳이 되찾아 또 짓밟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내 인생에 만들 용기도 잃었다.

어쩌면 이렇게 지난 사랑을 추억하고 가끔 슬퍼할 수 있는 것도 나에게 아직 남아 있는 작은 순수함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이젠 더 이상 슬퍼하고 싶지도 않다,

아마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나를 나름 사랑에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랑에 무모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난 지금의 내가 좋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도 또 쉽게 상처를 받지도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마냥 가슴떨리는 설레임보다 편안한 행복감이 더 어울리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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