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이해하는 세상

정치기사의 인터넷 댓글들을 보며..


인터넷으로 신문보면서 댓글까지 챙겨 볼 정도로 할 일이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요즘 여론 (물론 인터넷이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어떤지 궁금할 뿐이었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지방선거로 한창 정치적으로 달아오를 때이기도 하고..

 

댓글은 소모적이고 화장실 낙서와 같이 내뱉고 마는 것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가장 적나라한 정치적 이슈를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지만 이 말이 꼭 인간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동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모임에서 리더를 정하고 모임 속에서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누구는 멀리해야 겠다고 머릿속으로 하는 계산을 한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 광의적으로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는 이를 가르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인간 관계에서 광의적인 의미로 정치를 하는 동물이지 정당, 국회, 청와대에서 하는 정치에 항상 관심이 있는 동물이 아니란 의미이다.

 

실제로 선거철이 되어도 완전 골수지지자들은 유권자의 1/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부동층(floating voters)으로 이슈와 여론에 따라 지지를 바꿀 수도 있다.

 

정치 기사의 댓글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소수의 골수 지지자들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혹은 부동층)이 이 들의 피터지는 댓글 세력싸움을 보면 정치의 혐오감이 들까봐 걱정이 될 정도이다.

 

보면 소수에 불과한 골수지지자들이 (그게 어느 정당의 지지자이건) 마치 자신들이 다수를 대표한다는 착각에 빠진 듯 허세를 부린다. 마치 자기가 써놓은 댓글에 침묵하는 다수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댓글들의 논쟁에서 문제점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겠다는 무슨 전투에 임하는 싸움꾼의 모습이다. 비꼬고 욕설하고좌빨, 꼴통, 쥐빠 등 엄한 딱지 붙이면서 결국엔 아무런 성과도 없는 감정싸움으로 끝나버린다.

 

인터넷 댓글에서 토론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너무 큰 바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댓글을 달 때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옳다고 느껴지고 그 사실을 알리고 싶다면 물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겠다는 마음가짐보다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어떨까 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북한이 했다 음모론이다 말들이 많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념이너 정치색이 들어가서는 결론이 안나온다고 본다.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토론을 해야할 곳에서 정치싸움으로 끝이 나 버린다.

 

다른 생각에 대해 최소한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어떻게든 깍아 내리려고 혈안이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내가 지지정당과 다른 정당을 골수로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나와 정치적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세상의 99%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격도 없고 관용도 없는 다른 정치색의 사람들과 살으라고 한다면 그건 정치문제에 있어 지옥이나 다름 없을 듯 하다.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볼테르 (Voltairea)

 

"I detest what you write, but I would give my life to make it possible for you to continue to write."

"나는 당신의 글이 싫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볼테르가 한 말이다. 


"당신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당신이 그 견해를 발표할 자유만은 옹호한다" 혹은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 는 등의 변용된 해석으로도 많이 인용되곤 한다.


볼테르의 말은 "말할 수 있는 자유(freedom of speech)"와 "관용(tolerance)"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고 알리고 싶은 것은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이다. 또 민주주의에는 그런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용납할 관용이 요구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비아냥과 욕설.. 당하는 사람은 인터넷 상으로도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그 상처때문에 또 관용이 없는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거두게 될까봐 두렵다.

 

야구장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 구호에 맞추어 함께 응원을 하고 공 하나하나에 같은 감탄사와 탄식을 내 뱉는다. 하지만 그런 대중 속에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응원은 함께 하지만 그 대중과는 그 이상의 소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이를 극복하게 해준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보지고 못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관용이 살아있을 때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인터넷 댓글을 보며 그게 사람들이 정치를 대하는 태도의 전부가 아닐꺼라 믿지만 과연 진흙탕 싸움같은 댓글들을 볼 때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가끔 스포츠, 연예인 기사의 댓글을 보면 위트가 넘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게 되지만 왜 정치 지사에서는 싸움만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양보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관용의 마음으로 듣고 덮어놓고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