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이해하는 세상

6월 2일 지방선거를 대하는 유권자의 자세


안타깝게도 나는 올 6월 2일 지방선거에 투표를 하지 못한다.

선거일 전에 한국에 방문하려 했으나 여의치 못하게 되었다.

부재자 투표가 가능한지 알아보았으나 현행 제도상으로는 해외 유학생은 부재자 투표가 불가능했다.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보니 지방선거 후보간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서울시장에서 현 시장과 도전자의 지지율 격차가 생각보다 컸고 경기도지사에서도 현 도지사와 도전자의 격차가 생각보다 상당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그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 때문이었다.

일부 유권자들은 어차피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낙선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표가 될지도 모를 내 표를 던질 필요가 있을까하는 투표 회의론에서부터 이왕 투표하는 거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투표를 하여 자신의 표를 가치있게 만들겠다는 무심투표행태까지 댓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하지만 자신의 표가 사표 즉 의미없는 투표가 될 꺼라는 두려움에 때문에 애초에 선거를 포기하거나 그 후보의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소신투표의 정신에도 어긋날 뿐더라 합리적 선택의 투표행위도 아니다.

특히 후자와 같이 후보자 선택의 주요 이유가 어차피 뽑힐 후보 밀어줘서 내 표를 가치있게 만들자고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투표하는 것은 가장 못난 바보투표이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사표란 없다

 

 

사실 다수결 선거로 한 선거구에 한 후보만이 당선되는 선거 시스템은 all or nothing의 winner takes all game이다.

단 한 표차이로 당선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단 한 표차이로 낙선한 후보는 말 그대로 꽝인 것이다. 이게 선거의 맹점이기도 하고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정착되었다는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나라에게 선거의 결과는 all or nothing과 같이 단순한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고 정의하지 않았는가.

낙선한 후보가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떨어졌느냐도 선거 이후 정치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낙선자의 득표율은 향후 그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지금 자유선진당 대표로 간간히 TV에도 나오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언론에서 정계에서 관심 밖의 정치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소수 신생정당이라는 한계에도 불과하고 노원구에서 홍정욱 후보와의 대결에서 40% 대 43%로 불과 3% 차이로 낙선했었다. 만약 노회찬 후보가 큰 차이로 낙선했고 지지율이 낮았다면 이번에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 조차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사표란 없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질 꺼란 생각에 투표조차 안한다거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가 하는 짓이다.

그 후보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상이 언젠가는 이뤄지길 바란다면 그리고 그 세상을 다른 후보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지 않기를 바란다면 혹여 이번 선거에서 그 후보가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그 후보가 품고 있는 촛불의 불은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투표는 가치가 있다.

선거에 꼭 참여하고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투표를 할 필요가 있다. 당선만 바라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떠한 가치관과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가를 투표를 통해 소신있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