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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하는 세상

Barack Obama's inauguration


오늘은 봄학기 개강일이었다.


개강날 아침 학과 Graduate assistant lounge에 갔더니 오늘 오후에 있는 수업의 리딩 텍스트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리딩 텍스트를 복사하고 평소 같았으면 조급한 마음에 초조해 하면서 도서관에서 오후 수업을 준비해야하지만 오늘은 도서관 대신 학교 강당에 갔다. 그 이유는 오늘(1월 20일)이 미국 44대 대통령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며칠전부터 학교에서 오바마 취임식 생중계를 강당에서 중계해준다고 홍보를 하고 있었고 나는 아무리 수업에 바빠도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다. 오바마가 연임을 한다면 다음 대통령 취임식이 8년 후이고 그 전에 내 박사 학업이 끝나기 때문에 미국 땅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보는 기회가 어쩌면 이번 한번 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식이니까 어쩌면 이번 취임식은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 전공이 Political science인데 미국 정치의 역사적 순간을 미국인 틈 속에서 함께하며 미국의 민주주의를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떤지는 지난 학기에 여러 책을 보며 머리로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정작 느낄 수는 없었다.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 뭔가 딱딱하고 졸리고 지겨운게 사실인데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축제인 듯 했다. 강당에서 같이 취임식을 보던 미국인들은 현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보면서도 크게 웃고 박수치고 오바마를 연호하고 연설에 반응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치사상가인 토크빌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그가 피부로 느낀 미국의 민주주의를 자유에서 찾았다. 토그빌은 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로 전체주의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자유를 중시하였다. 토크빌은 계급, 민족이 배제된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존중을 받는 미국 사회를 부러워 했으며 그런 자유로운 시민들의 강요받지 않는 자발적 공동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보았다.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어쩌면 늦었지만 계급, 민족, 인종이 배재된 한 미국 시민으로서 자신의 꿈과 능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그것을 인정한 미국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닐까 한다. 자유와 번영을 위해 찾은 이민자들이 만든 미국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이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든게 아닌다 한다. 오바마의 취임연설은 결코 미국 민주주의의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서의 책임도 강조했다. 지나친 자유 또한 민주주의에 장애가 된다는 토크빌의 우려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후 텔레비젼을 틀었는데 9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취임 행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대통령 취임은 미국 민주주의의 거대한 축제이자 자부심으로 보였다. 단순히 제도가 민주주의 맞게 정교화 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그 의도에 맞게 실행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정부와 지도자가 있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 시민들이 있기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굳건하다고 본다. 요즘 한국에서 전해오는 뉴스는 한국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만드는데 이번 오바마의 취임식을 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제도로만 이루어 지는게 아니라는 사실 하나를 오늘 오바마의 취임식을 보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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