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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하는 세상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을 보면서..



예전에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 했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 당시 나는 인터넷 속보를 보자마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는데 다들 "그게 뭐?"하는 분위기 였지만 나는 왜 자살을 택했을 까하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까지 실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자살 사건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한권이 생각났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이 쓴 "자살론"이라는 책이다.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자살이 한 개인이 불행으로 인해 택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참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내용 보다도 분석하는 논리나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글쓰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때 통계의 대단함과 치밀함을 처음 느꼈던거 같다. 아무튼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서.. 뒤르켐은 방대한 통계 자료를 통해 자살이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자살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뒤르켐에 따르면 자살은 세가지 사회학적 원인이 있는데 여기에는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이 있다. 이기적 자살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자살로 왕따를 당하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껴서 자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적으로 공동체 유대감이 떨어진다거나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경우 이기적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이타적 자살은 자신이 사회나 집단에 너무 동화된 나머지 택하게 되는 자살이다. 즉 이타적 자살은 자신이 속한 사회나 집단을 위해 스스로 자살을 택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유대감이 강한 경우 자주 일어난다. 2차대전 당시 일본 가미가제의 자살특공대가 이타적 자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아노미적 자살은 아노미(Anomy)상태, 사회적 가치관의 붕괴로 인한 혼돈 상태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말한다. 뭐 지금과 같이 주식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종종 주식실패로 인해 자살 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그런 자살이 바로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뒤르켐은 가치규범이 공유가 잘된 사회에서 자살이 비교적 적게 일어난다고 한다. 즉 뒤르켐은 자살을 개인적 불행때문이라기 보다 사회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몇몇 사람들을 패닉상태로 몰고간 연애인들의 자살도 그들의 불행이나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기 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굳이 뒤르켐의 분류를 따르자면 연애인들의 자살은 이기적 자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을 감싸지 못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든 사회때문에 그들이 자살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버린다는 것은 분명 큰 죄이다. 누가 자살을 했다고 슬퍼하거나 충격에만 빠져있기 보다 왜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하는 의문을 던져봐야 한다. 최진실씨의 자살만 봐도 그 주변에서 그를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목숨을 끊은 것은 최신실씨 자신이었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뒤르켐의 분석처럼 우리 사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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