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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하는 세상

사랑에 관한 개념 정리

 

 

플라톤이 쓴 「향연(symposium)」라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록을 보면 무엇인가가 부족하여 원하게 되면 생기는 것이 감정(Emotion)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면 무엇인가를 원하게 되고 원하는 마음이 바로 감정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진정으로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과 그냥 순간을 위해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과 구별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전자 즉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곧 사랑이란 감정이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예를 들어 인형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돈을 주고 사서 소유하게 되면 없어진다. 부족하여 원하던 감정은 소유하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 이 감정은 부족분이 채워지면 없어지는 그러한 감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랑도 부족하고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사랑은 부족한 마음이 채워진다고 하여도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고 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가 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자신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채울 수가 없어 사랑의 감정은 점점 커져간다. 그렇다면 인형을 소유한 것처럼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사랑으로 소유하게 되면 사랑이란 감정이 인형을 가지고 싶었던 감정처럼 사라지고 마는가?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소유를 해도 계속 원하게 되고 더 원하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사랑이 없어진다면 아마도 세상이 피곤해지겠지..


소크라테스는 그 이유는 사랑의 태생에 비밀이 있다고 한다.
애로스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큐피트라고도 한다. 우리는 이 신을 흔히 아프로디테(미의 신)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아프로디테의 생일날 초대받지 못한 가난의 신 패니아(여자)가 남은 생일 음식을 얻으려고 구걸을 왔다가 술을 마시고 정원에서 잠들어있는 포비아(부의 신;남자)를 그의 자식을 낳아 자기 자식만이라도 가난에서 벗어나길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을 저질렀는데 그래서 나온 자식이 사랑의 신 애로스다. 아프로디테가 자신의 생일날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아기를 거두어 자신의 아들로 삼았다. 우리가 흔이 애로스를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알고 있지만 실제적인 부모는 모든것을 소유한 부의신과 모든것이 부족한 가난의 신 사이에서 태어난 모순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애로스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전에서 잠을 자기보다 길거리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고 헤어진 옷을 입었다고 한다. 스스로 항상 부족함이 없는 신임에도 부족함을 즐긴 것이다. 사랑의 신의 그 모순적 태생때문에 사랑만은 이루어져도 계속 원하게 되는 감정으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이 이루어지기전에 애타는 감정이란 것이 서로 사랑한다고 없어질까? 애로스가 사랑의 신으로 남아있는 한 사랑이 이루어져도 사랑이란 감정은 부족하여 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남게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도 싸구려 감정으로 전락하고 말지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끊임없이 샘솟는 감정이 된 것에 감사하며 나름의 사랑에 대한 개념정리를 마쳐야 겠다. 내가 플라톤의 「향연」라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글을 쓰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해한 고대 철학자의 사랑에 대한 철학은 오늘날에도 참으로 큰 교훈을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