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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는 음악

Antonio Vivaldi, Four Seasons 음반 비교


지난 여름 끝무렵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장)의 Vivaldi의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우연히 듣고 내가 들었던 혹은 소장하고 있는 Vivaldi의 사계 음반을 비교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서야 쓰게 된다.


원래 Vivaldi가 오페라 작곡가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계 자체가 나는 일종의 오페라처럼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이야기로 들린다. 과장을 보태자면 음악으로 단순히 들린다기 보다 눈을 감고 들으면 사계의 흐름이 눈으로 보이는 곡이라고 표현할까? 그래서 사계를 들을 때면 연주가 어떻다기 보다 얼마나 이 곡이 계절의 흐름을 영상적으로 상상하게 해주는 가가 나에겐 더 중요한 기준인거 같다. 

 

아직까지는 Vivaldi 사계하면 오로지 나에겐 두 음반에 떠오른다. Giuliano Carmignola음반과 I Musici음반.. 나에겐 이 두 음반이 사계에선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개인 취향 때문이니 줄리아노 까르미뇰라 음반 혹은 이무치치 음반이 사계음반 중 정말 최고라는 의미는 아니다.


까르미뇰라 음반을 그냥 간단히 표현하자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면서도 성숙한 연주라고 해야 겠다. 부드러울 때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한없이 부드럽고 여름 3악장 같이 빠를 때는 미칠듯한 스피드가 내 귀와 상상하는 내 머리를 압도한다고나 할까? 여러면을 고려했을 때 완성도가 높은 명반임에는 확실하다. 이게 최고라고 단정하지 못하겠지만 사계에서 손꼽힐 명반이라고 해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듯.. 이만큼 칭찬했으니 한번 들어봐야 겠지.. 밑에 영상은 사계중 겨울 3악장을 모아본 것이다. 지금은 겨울이니까... 사실 이 음반의 백미는 여름 3악장에 있다. 들으면 저절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영상을 구하지 못했다. 관심이 있다면 까르미뇰라의 여름 3악장을 찾아서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음반에 쌍벽을 이룬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이무치치의 사계 음반..  열정적이고 진지한 연주에 그저 블랙홀처럼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신비에 가까운 음반이다. 그냥 들으면 감동이다. 이 음반 중에서도 겨울의 세악장을 들어보자.

 

 

 

참고로 아래 부터는 무슨 음반의 순위는 절대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 순서대로 쓴다.


요 Karajan 지휘 Mutter 연주 음반도 카라얀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음반 자체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Mutter의 기름기 좔좔흐르는 부드러운 연주는 참 좋지만 왠 대편성곡 느낌이 나는 카라얀의 이름이 주는 무게만큼이나 뭔가 장중하고 육중한 연주는 듣기에 좀 부담을 준다. 카라얀이 지휘도 하고 하프시코드 연주도 하는데 하프시코드 소리는 장중한 연주에 그냥 묻히는 분위기.. 왜 내가 카라얀의 음반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지 한번 카라얀 연주의 여름 3악장을 들어 볼까? 

 

 


Fabio Biondi의 음반을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탁월한 곡 해석과 다이나믹한 연주는 그의 사계 연주만이 가지는 매력을 더욱 배가 시킨다.

  

 

사실 내 인생에서 사계 음반 들은 횟수로만 따지면 니겔 케네디 사계가 아마 압도적일 것이다. 나에게 사계 첫 음반이었고 중학교 시절에는 하루에 이 음반을 한번 이상 반복해서 그것도 집중해서 듣고 살았으니... 그래서 사계 음반에 있어서 이 음반은 나에게 음악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일깨워준 고마운 음반이고 귀에 익은 고향과 같은 음반이다. 하지만 사계의 다른 음반을 접하면서 점점 구석으로 가야만 했던 음반이기도 하고.. 


 

 

 

Trevor Pinnock 지휘  Simon Standage 연주 이 음반은 사계 연주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것 저것 시도하는 사계 연주 듣다가 귀와 머리가 지치면 찾게 되는 음반이다. 


 

 

장영주 사계 음반은 아직 모두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 늦은 여름 누가 연주하는 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여름 3악장을 찾아 들었는데 이제까지 듣지 못한 듯한 연주였고 이거 대단하다는 느낌이 팍 와서 누가 연주 했나 알아보니 장영주였다. 이 음반을 구해서 몇번 다 들어 보는 건 지금 당장 힘든 일이지만 내 사계음반 리스트에 한번 추가해 보고 싶은 음반임은 확실하다.

 

 

Vivaldi의 사계야 베토벤의 운명,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지크와 같이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곡이라서 사계는 수도없는 음반들이 나와있고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정경화, 오노프리, 매리너 등 들어볼 만한 음반이 너무도 많다.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사계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참으로 좋은 일이긴 하다. 어쩌면 평생 사계만들어도 질리지 않을 양이 될지도 모르겠다. 비교해서 듣다보면 어쩌면 한 평생 들어도 모자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기 감상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그냥 참고만 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