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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영화

창 - 임권택






매춘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중의 하나이다.

매춘이 나쁜 것을 알면서도 인류역사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무리 성에 대해 윤리라는 고상한 담을 높이 쌓아도 그 안의 인간은 성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창녀인 주인공 에게 찾아오는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더럽다고 생각되는 창녀에게 자신의 욕구를 푼다는 것은 스스로 더러운 짐승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창녀촌을 드나드는 남자들을 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이 겠지만 모든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드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처럼 남자는 사회적인 약자인 여자들만 골라 사랑하는 여자를 대체할 수있는 창녀를 만든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허락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돈 몇 푼 쥐어 주면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여자도 아닌 여자의 대체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영화 속 남자들은 창녀들을 음란하고 방탕하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으로 취급하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아 놓는다. 주인공 영은(신은경)은 갈수록 돈을 벌기는 커녕 빚만 늘어가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참한 인생을 살아 간다.

영화를 보고 기분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딱히 이런 매춘을 없앨 뾰족한 방안이 생각나질 않아서이다. 매춘이 존재하는 한 제대로 된 사랑을 얘기할 수 있고 남녀평등을 얘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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