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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왜 생일날엔 우울할까?



어제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의 생신이었다.

생신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또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의 전화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목소리에서 쓸쓸함을 느껴졌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쓸쓸함을 느낀 것이 어쩌면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투사였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생일은 항상 우울한 날이었다.

젊어서 나이드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생일파티를 한다고 해도 생일은 나에게 이 세상에 생명과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항상 던지기 때문이다.

몇년전에 이 땅에 태어났고 존엄성을 지닌 생명채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존엄성의 무게와 삶의 값어치에 충실히 살아왔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일날이면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혼자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그런지 생일에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이유도 없이 삶이 외로웠고 부모님과 함께 자르는 생일 케익에도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께 항상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는 고리와 같이 생일이면 또 나에게 한 번의 탄생이 의미하는 또 다른 한 번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생일날 케익 앞에서 초를 켜고 촛불을 끄는 순간 지난 1년간 살아온 삶에 대한 허무함이 연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어디서 듣기로는 바이오리듬이 생일날에 모두 바닥을 친다고 했는데 정말 그것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일은 나에게 기쁜 날이기 보다 우울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사람들에 축하해준다는 말은 어쩌면 축하보다 생일날에 느껴지는 쓸쓸함과 우울함에 대한 위로의 의미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생일을 우울해 하지 않고 보낼 수 있을까?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과 무게 그리고 죽음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이 생겼을 때 일까?

나를 완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축하와 위로를 동시에 받을 수 있을 때 일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어머니에게 축하 전화 한통만으로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고 어머니를 위로해드리지 못한 내 자신에게 또 우울해진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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