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관심거리

빈티지 오디오 KLH 24




같은 타운에 사는 한 사람이 40년된 KLH 오디오 셋트를 판다고 광고를 냈다. 바로 연락해서 예약을 하고 다음날 눈이 많이 내려 이틀을 기다린 후 그 분의 집에 가서 올인원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가져왔다.

모델명은 KLH 24라고 적혀있었는데 KLH 6나 33은 예전에 중고 오디오 샾에서 본 적은 있어도 24는 처음이었다.

파시는 분이 할아버지였는데 자기가 오리지널 오너라고 했다. 40년 동안 이 오디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오디오를 들이면서 파는 것이라고 했다. 상태는 굉장히 깨끗하고 모든게 오리지널 그대로였다. 모든 유닛도 상처하나 없이 정상이다. 다만 턴테이블 덮게가 분실된 것이 아쉬웠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마감이 대세인 요즘 두꺼운 원목의 목재마감은 상당히 고급스러울 뿐만아니라 세월이 지날 수록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이미 40년이 된 오디오이지만 아직도 멀쩡한 것을 보면 앞으로 40년도 문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스피커 유닛이 천으로 되어있었는데 고무나 종이 재질보다 부식의 염려가 훨씬 적다. 이 오디오셋트를 들이고 LP판도 몇장 샀다. 턴테이블은 가라드의 시스템을 그대로 채용해 놓았다. 턴테이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라디오의 성능이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다.
 
40년된 스피커들 중 AR이나 Dynaco의 스피커들이 아직도 인기리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KLH의 빈티지 스피커는 AR과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큰 장점이다. AR은 들어 보지 않아서 그 차이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소리에 대한 첫번째 인상은 예전에 잠깐 들어봤던 빈티지 Dynaco에서 느낄 수 있던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느낌보다 오히려 현대 스피커의 느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저음이 깊거나 풍성하기 보다 타이트 했고 보다 음악적인 소리를 내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중음과 고음에서는 Dynaco보다 반단계 밝은 느낌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스피커 중에 사이즈가 비슷한 90년대 생산된 폴크 북쉘프 스피커와 비교하면 고음의 명료함이나 해상도는 좀 떨어 지지만 보다 힘이 있는 소리가 났고 오래 듣고 있어도 소리에 대한 피로감이 적었다. 클래식, 팝, 재즈 등을 번갈아 가면서 들어봤는데 기타 소리는 좀 무딘 감이 있었지만 보컬의 소리는 두텁게 울려주는게 꽤 괜찮았다. 현악기 보다 관악기 소리에서 강점이 있었는데 관악기 소리는 꼭 혼 스피커로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음이 쭉 뻗어 나왔다. 너무 장점만 나열한 것 같은데 묘하게 매력이 있는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임은 분명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하기엔 좀 부족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메인보다는 서브로 하나쯤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