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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학문의 길..


학기말 제출을 위한 리서치 페이퍼의 literature review를 위해 논문들을 읽고 있다.

논문에서 도입부분에 들어가는 literature review는 단순히 최근까지의 연구경향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연구자들의 주장을 요약할 뿐만 아니라 비판하고 거기에 나타나는 한계들을 찾고 나의 아규먼트를 만드는 것이다.

한참 논문을 몇 개를 읽고나서 보니 난 모든 논문에 아무런 비판적 자세가 없이 모두 설득되어 있었다.

서론을 읽고 본론을 읽을 때 쯤엔 요것을 비판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본론 말미에 가니 그 비판에 대한 반론을 미리 써 놓았다.

인간의 사고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비판점을 찾지 못하는 나에게 학자로서의 능력에 회의감도 든다.

뭐 이미 학계에서 인정받는 big name의 학자들 논문을 박사과정 학생이 비판하는게 쉽지 않더라도 뭐 하나쯤 물고 늘어질 포인트는 있을 텐데 그냥 와 논문 참 잘썼다. 역시 맞는 말이야 하고 논문의 소감을 마무리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논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강의에 써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연구자는 단순 강의가 아니라 학문의 발전에 힘써야 할 텐데 논문을 보며 비판하기 보다 잘 정리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양해야 할 일일 것이다.

과연 내가 이런 논문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일류학자가 아니라 변두리 학자로 근근히 살게 될까봐 위기감도 든다.

따지고 보면 그 차이란 것이 종이 한 장 몇 글자 차이 일텐데 그 것을 넘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물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평생을 깊이 연구하다 보면 나도 그 분야에서 하나의 학문적 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가지를 뻗어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제 막 새로운 연구의 싹을 틔어 내려는 내가 벌써부터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끔 학회에서 교수님들이 발표를 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비판을 들어도 당당하게 자신의 연구에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연구의 결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도 학자로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물론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도 자신의 열정과 노력에 비례해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말이다.

결국 학문의 길은 열정과 노력으로만 걸어 갈 수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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