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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본능과 이성..


이 세상에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머리와 가슴의 거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과 이성이라는 두 괴물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본능이란 괴물에 굴복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이성을 모두 버리고 쾌락만 추구하여 짐승처럼 살아갈 수도 있고 이성이란 괴물이 무서워 본능을 멀리하고 스스로 극기하며 수도승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참다운 삶이고 진정한 인간의 모습인지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가 않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다람쥐를 보며 저 들에게도 이성이 있는지 아니면 모든 것이 본능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사람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감탄을 하는 것과 또 이성을 만나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 과연 본능만의 작용인지 이성의 도움이 있어야 감탄을 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시를 읽으며 마음이 벅차는 것과 노래를 들으며 감동하는 것을 보면 본능과 이성이란 복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이 없이 본능만으로 시를 읽는다면 시는  문자 그대로 읽혀질 뿐 이성을 흔들지 못할 것이다. 시를 읽으며 내가 마음이 벅차는 본능에서 올라오는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이성의 작용이다,

예전에 인사동을 혼자 걷다가 불쑥 한 화랑에 들어간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 화랑에서는 누드 전시회가 열려 있었다. 포르노그라피라고 해도 될 만큼 무방한 그림과 사진을 보며 나를 가장 먼저 움직이게 만든 것은 내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 그림과 사진을 심각하게 감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과 이를 설명해 주는 작가 앞에서 난 속으로 마구 웃음이 나왔다. 왜 여자의 몸을 보며 본능이 아닌 이성으로만 감상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본능이 없었다면 여자의 몸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화랑에 모인 그들은 이성적인 관점에서만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여성이 가진 선의 아름다움이 과연 이성만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소크라테스는 이성과 본능을 철저히 분리하고자 했다. 어리석은 본능 때문에 이성이 흐려진다는 내용의 글을 소크라테스의 책을 읽으면서 보았었던 것 같다. 본능을 따라 가려는 내 육체가 내 이성을 가둬버리는 감옥이고 내 이성을 흐리게 만든다면 당연히 본능은 악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일뿐일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많은 수도자들이 자신의 몸을 혹독하게 괴롭히며 자신에게 정신 하나만 남기기 위해 수양을 한다. 단식을 하며 육체의 욕심을 버리고 몸에 상처를 내며 육체를 부정한다. 힘든 자세로 자신을 만들어 평소에 육체의 유혹에 벗어나게 위해 수련을 하며 그들이 결국 이성에서만 들은 목소리는 무엇일까?

인도의 경전을 읽어보면 가장 많은 교훈이 욕망의 덧없음과 본능의 어리석음이었다. 하지만 그 책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게 과연 인간의 삶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런 심신의 이원론에서 육체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본능을 멀리하면  내 육체뿐만 아니라 내 이성도 멍들게 하는게 아닌가 하는게 내가 내렸던 결론이다.

철학의 이원론으로 보면 육체와 마음은 분리된 것이고 각각을 다르게 정의를 내리기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뇌의 생각이 육체에서 나오는 호르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보면 결국 본능과 이성도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양심이란 우리의 이성도 죄를 지었을 때 가슴을 뛰게 만드는 호르몬이 없다면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도 호르몬의 작용이고 행복과 기쁨 그리고 슬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도 호르몬의 작용이다.

우리의 본능과 이성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그게 어쩌면 더 순수한 내 자신을 만나는 길이고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순수하다는 말의 정의는 본능적인 욕망이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이 아니라 본능과 이성이 모두 존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때가 묻지 않은 것이며 척하지 않는 순수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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